지평선이 노을에 가려 선이란 선은 다 사라져 버렸다.
난 그곳에서 고독을 배웠고 거기서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가 0에서 시작했던 출발점.
더블린.
세상의 끝에 가면 방황의 이유도 혹은 보석같은 추억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첫 걸음 뒤로 삶의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보기만 해도 절절해지는 심장때문에, 가끔은 물리적인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려본다.
두근거림이 좋아야할텐데. 지나치다. 내게 사랑은 좋기만 하지 않은 것 같다. 아프고 시리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날씨영향이 큰 것 같다. 바람부는 나라에 대한 동경의 댓가가 이렇다니.
그녀가 떠나고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녀를 다시 찾아야하는 목적이 생겨서 좋다.
인생의 목적이 생긴 뒤로 시간에 빈틈은 없어졌다_ 연우
답답하다. 그리고 공허하다. 육체가 지쳐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 들면 그나마 살아 있는 것 같다.
진이 빠져서 온 에너지를 소멸시켜야지만 비로소 숨을 쉬는 것 같다.
걸리적거리는 무언가가 생겼다. 자꾸만 생각나고, 자꾸만 보고싶고, 그래서 내 에너지를 빼앗는 것 같다.
내 마음을 두 개로 분리했으면 좋겠다.
희열과 사랑으로.... 두 개의 마음이 미친 암사자처럼 서로를 물어뜯는 것만 같다.
희열이 마음을 채우면 사랑이 울고,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면 희열이 운다.
심장을 반으로 가르는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다. 두 개가 공존하기란 불가능하다_영은
벽돌 한장 한장에 단어가 떠오른다.
더블린의 거리엔 시가 있다. 한 참을 걷다보면 벽돌 한장마다 숨겨있던 단어가 언어를 만들고 시를 만든다.
시를 줍고, 노래를 들었다. 청춘이 쓸어담을 수 있는 최대치의 것들을 기억에 담아보자.
더블린의 노래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_연우와 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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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는 시간이 주는 아쉬움과 한계성 때문인지 모든 순간을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일까.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하루는 가끔씩 현실이 되곤 했다.
킬케니는 더블린에서 남동부 쪽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로 2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아기자기한 킬케니는 마치 인형도시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색감으로 칠해져있다.
그곳의 킬케니 성은 동화같은 성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창밖은 5월의 연두색 나뭇잎들이 빛을 받아 투명해 보인다.
푸릇한 나뭇잎 줄기가 멀리서도 자세히 보였다.
아일랜드의 공기는 최상이었다.
비가 많이 오는 아일랜드의 기후는 피부로 느껴졌는데,
특별히 날씨가 화창한 5월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 자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든다.
깊은, 그러면서도 투명한 초록의 냄새는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도 했다.
-본문중에서
양재동 카페 보노보 주인.
가끔씩 들르는 연우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고는 훌쩍 떠난다.
가끔씩 나타나는 영은이다.
우리의 기억이 다 사라져버릴까 아쉽다.
공존은 편을 가르려하지만,
공생은 편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서로의 편이 되었으면 바라는...
그림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